SSRI, SNRI...???? 세로토닌이 어쩌고 저쩌고 블라블라....
이 글은 내가 이 블로그를 판 목적이기도 하다.
본격 내가 궁금하고 내가 필요해서 쓰는 약 이야기.
그 첫 번째. 항우울제.
항우울제를 2년 동안 먹고 있고 약들을 먹을 때마다 이 약이 내 안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그동안 너무나 궁금했지만......
한번 알아 보려 할 때마다“우울증 약”, “항우울제” 따위를 검색하면 SSRI니 SARI니 뭐 겁나 복잡하고 어려운 말들이 많아서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하는지 엄두가 나질 않았다. 나는 화학이나 생물학 쪽으로는 머리에 든게 정말 하나도 없어서... 물의 분자구조가 H20정도인 건 알지만……. 중고등학교 시절 나는 차라리 물리나 지구과학을 좋아했지 화학이나 생물학은 영 젬병이었다.
일단 그 이상한 육각형 그림만 나오면...
아아, 이건 내 영역이 아니구나…….
세상에 분명 나 같은 사람이 한 명은 더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진짜 생물학 화학 1도 모르는 사람을 위해 내가 직접 공부해서 정리해봤다.
본격 내가 궁금하고 내가 필요해서 쓰는 약 이야기.
항우울제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몸의 신경 세포가 어떻게 일을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우리의 뇌는 수십억 개의 뉴런들이 시냅스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 정보를 주고받는다. (여기까지는 중학교 과학 시간에 배웠던 내용이다!!) 이 시냅스에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이 한 60개 정도가 된다고 하는데, 대표적인 것들이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에피네프린”, “세로토닌”, “멜라토닌”과 같은 물질들. 화학이나 생물학 1도 모르는 쌩문과 인간이지만 그래도 세로토닌이니 멜라토닌이니 하는 애들은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단어들인 것 같긴 하다.
일반적인 경우 한쪽 뉴런의 끝에서 시냅스로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면, 이 물질들이 반대쪽 뉴런에 결합함으로써 뉴런들 간에 신호가 전달되고, 뉴런 말단에서 분비된 신경전달물질은 신호 전달 후 분해되거나 다시 원래 분비된 뉴런에 재흡수된다. 이유는 뉴런이 과다하게 자극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이 때 만약 신경전달물질이 뉴런에 재흡수되는 것을 막게 되면,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신경전달물질이 뇌 안에서 활성화되면서 소위 뉴런을 흥분, 자극시킬 수 있는데, 우리가 흔히 접하게 되는 항우울제들은 크게는 이러한 원리에 의해 작동한다……라는 것이 내가 항우울제 관련해서 정말 많은 글들을 찾아 읽어보고 이해한 내용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여기까지 이해하는 것도 힘들었다.)
항우울제의 종류에는, 찾아보면 정말 여러 가지가 있는데…… (생각보다 진짜 많더라) 이 글에서는 대표적인 아래의 여섯 가지 항우울제에 대해서만 살펴보도록 하겠다.
■ 삼환계 항우울제 ( TCA, Tricyclic antidepressant )
■ 모노아민 산화효소 저해제 ( MAOI, MAO inhibitors )
■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 SSRI, 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
■ 세로토닌 길항제-재흡수 억제제 ( SARI, Serotonine Antagonist and Reuptake Inhibitor )
■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 ( SNRI, Serotonin-Norepinephrine reuptake inhibitor )
■ 노르에피네프린-도파민 재흡수 억제제 ( NDRI 또는 DNRI, Norepinephrine-Dopamine Reuptake Inhibitor )
■ 삼환계 항우울제
TCA, Tricyclic antidepressant
화학적 구조가 세 개의 고리를 가지고 있어서 “삼환계 항우울제”라는 명칭이 붙었다. (물론 화학 지식 1도 없는 쌩문과 출신 나로서는 분자 구조가 “고리 모양”이라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으므로 패스. 그냥 이름이 그렇게 붙여졌다고 합니다, 정도로만 이해함)
앞에서 말했듯 신경전달물질이 수용체에 작용한 뒤 재흡수 되어 소멸되는 것을 차단하여 이들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이 강화되도록 한 원리이다.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의 재흡수를 억제하고 도파민의 재흡수도 일부 억제하여 우울증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보인다.
우울증의 생물학적 연구 자체가 1950년대에 처음 시작되었는데, 삼환계 항우울제는 195~60년대부터 널리 활용된 1세대 항우울제 중 하나이다. 과거엔 전 세계적으로 항우울제의 주류로서 그 위상을 뽐냈지만, 졸음이 매우 많이 오는 부작용이 있고 그 외 갈증, 현기증, 두근거림 등 상당한 부작용을 야기함에 따라 현재는 그리 널리 쓰이지 않고 있는 약이다. (나는 이 약을 먹어보지 않았지만 먹어보면 정말 미친듯이 엄청난 졸음을 야기한다고 한다.) 졸음이 많이 오는 특징 때문에 불면증과 불안 증세가 심한 환자에게는 우선적으로 처방되는 경우가 있으나, 오늘날에는 주로 우울증 1차 치료로 부족할 때 2차 선택제로 활용되고 있다.
■ 모노아민 산화효소 저해제
MAOI, MonoAmine Oxidase Inhibitors
삼환계 항우울제와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약이다. 아이소나이아지드(isoniazid)라는……이름이 다소 괴상한 결핵 치료제에서 우연히 개발이 시작되었다. 이 약을 장기간 복용한 결핵 환자들에게서 기분이 들뜨는 현상이 발견된 것인데, 연구 결과 이 약은 뇌에 있는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등 ‘우울증’을 유발하는 데 관여하는 이 모노아민들의 대사를 유발하는 효소를 억제하여 뇌 안의 모노아민 활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혈압을 높이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어 의사들에게 널리 사랑받지는 못했던 것(?) 같다.
모노아민이 무엇이냐 하면 위키백과의 설명에 의하면 “방향족고리와 아미노기가 2개의 탄소 사슬을 통해 연결된 구조를 갖는 신경전달물질 또는 호르몬”이라고 하는데 나로서는 읽어봐도 뭔 말인지 전혀 모르겠는 설명이다. 다만, 위에서 말한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등이 모두 모노아민에 속하는 물질들이라고 하니 그게 그거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편함.
TCA와 MAOI, 여기까지가 흔히 얘기하는 “1세대 항우울제”로 꼽힌다. 즉, 한때 널리 쓰였지만 지금은 한 물 간 것들.
■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SSRI, 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앞에서 제대로 설명을 안 하고 넘어간 게 있는데, 이 SSRI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걸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사람의 감정은 크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이 세 가지 물질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 (따라서 항우울제들 역시 주로는 이 세 가지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는 작용을 한다.)
인간의 감정을 만드는 물질: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도파민은 쾌락, 성욕, 식욕 등을 담당하고 노르에피네프린은 불안, 스트레스 등을 담당하는데, 세로토닌은 이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물질로, 우울증 환자들에게는 대개 세로토닌의 수치가 일반인보다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때문에 “세로토닌이 적으니까 세로토닌을 증가시키면 되겠네”라는 원리에서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가 개발되었다.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란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중에서 특히 더욱 강력하게 세로토닌만을 선별해 재흡수를 억제한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그 이름에 걸맞게 노르에피네프린과 도파민의 재흡수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1세대 항우울제였던 삼환계 항우울제, 모노아민 산화 억제제 계통의 약물들의 심각한 부작용이 밝혀짐에 따라 현재는 SSRI 계열의 약물들이 우울증 치료에서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우울증뿐 아니라 공황장애, 강박장애, PTSD 등 다른 정신질환에도 효과가 있어 다양한 정신질환에 널리 활용되고 있는 약이다.
그러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불면증, 성욕 감퇴 및 성기능 장애, 메스꺼움, 구토 등을 유발하고 복용 후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간독성 또한 주의해야 한다.
미국 영화나 미드를 즐겨보는 이들이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프로작, 렉사프로, 졸로푸트와 같은 약들이 전부 이 SSRI계열 약물에 해당한다. 특히 프로작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처방되는 항우울제로 꼽히고 있다.
■ 세로토닌 길항제-재흡수 억제제
SARI, Serotonine Antagonist and Reuptake Inhibitor
길항작용이란 생물체 내의 현상에서 두 개의 요인이 동시에 작용할 때 서로 그 효과를 상쇄하는 작용을 말한다. 그러니까 용어를 풀어서 써 보면 세로토닌을 상쇄하는 물질을 억제하면서 세로토닌의 재흡수도 억제하는 약, 그러니까 이것도 쉽게 말하면 결국은 SSRI와 같이 “세로토닌 양 늘리기”를 위한 약이다.
대표적으로 트라조돈이 있다. 이 약은 전에 내가 먹어 봤던 약이라서 좀 더 관심 있게 찾아봤음.
애초에 수면제로 개발된 약은 아니지만 미국에선 수면을 위한 처방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약이라고 한다. 우울증이 없는 불면증 환자에게 투여했을 때 전체 수면 시간을 증가시키고 수면 중 각성을 감소시켜 수면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러나 미국수면학회에서는 트라조돈이 “불면증 치료가 주 목적은 아닌 약”으로, “만성 불면증에 처방하지 말아야 할 약물”로 언급하기도 했는데, 만성 불면증을 치료하는 데 유의미한 효과가 있다고 보기에는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과연 미국수면학회가 이런 걸 발표하는 데에는 뒤에서 제약회사들의 로비가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 썩 믿음이 가지는 않……)
어쨌거나 이 SARI 계열의 약들은 주요 우울장애, 불안이 동반된 우울증, 만성 통증 등에 효과가 있으나 두통, 입마름, 졸림, 구역질, 불면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
SNRI, Serotonin-Norepinephrine Reuptake Inhibitor
SSRI에서 더 나아가 노르에피네프린의 재흡수까지도 억제하도록 만들어진 약.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약으로, SSRI 계열 약이랑 효과는 거의 비슷한 것 같다.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 두 가지 물질에 대해서 재흡수를 억제하도록 만들어졌지만, 고용량 투여가 아닌 이상 노르에피네프린의 재흡수까지는 이뤄지기가 힘들어 사실상 저용량 투여로는 SSRI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
■ 노르에피네프린-도파민 재흡수 억제제
NDRI, 또는 DNRI, Norepinephrine-Dopamine Reuptake Inhibitor
인간의 감정을 조절하는 세 가지 신경전달물질 중 세로토닌이 아닌 노르에피네프린과 도파민의 재흡수를 억제하는 약이다. 대표적으로 부프로피온…이라는 약이 있다고 하는데 나는 이런 약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ㅇ……. 효과는 SSRI와 비슷하지만 SSRI의 주요 부작용인 구토, 설사, 졸림 등이 적게 나타나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드물게 경련이나 발작을 일으키는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서 실제 처방은 매우 조심스럽게 이뤄진다.
<!--끝-->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약은 SSRI계열과 SNRI계열이다. 최대한 쉽게 풀어서 써 본다고 했는데도 어려운 것 같다.
하여간 내가 궁금해서 내가 찾아보고 내가 공부해서 정리해 봤다. 이제야 SSRI니 SARI니 하는 말들이 이해가 된 느낌. 그런데 문제는 내가 처음에 우울증 진단을 받고서 먹었던 약, 그리고 가장 오랜 기간 복용했던 항우울제가 "브린텔릭스"라는 약이었는데, 브린텔릭스는 위에서 언급한 그 어느 구분에도 들어가지 않는 약인 것 같아서 말이다. 세로토닌 수용체가 어쩌고 저쩌고 다중 작용을 한다는데 아무리 읽어봐도 도통 뭔 소린지 이해가 안 돼서 좌절 중이다. 항우울제 중에는 정말 최근에 개발된 신약이라서 아직 이 약을 취급하지 않는 병원이나 약국도 많은 것 같은데, 내가 제일 궁금했던 약에 대해서는 아직도 오리무중인 상태라 글을 쓰고서도 영 찝찝한 느낌. (하여간 브린텔릭스에 대해서는 좀 더 찾아보고 공부해 볼 테다.)
'일상 > 우울증 & 불면증'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트리람정 0.25mg (1) | 2020.02.05 |
---|---|
불면증, 운동을 하면 나아질 수 있다고? 내가 경험한 "불면증" (0) | 2020.02.01 |
정신과에 처음 가면 벌어지는 일들?? (0) | 2020.01.28 |
"우울증 환자와 연애해도 괜찮을까요?", 우울증 환자의 연애 (0) | 2020.01.28 |
내가 경험한 우울증의 증상 2. 자살 충동과 자해 욕구 (2) (2) | 2020.01.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