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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우울증 & 불면증

정신과에 처음 가면 벌어지는 일들??

by iieut 2020. 1. 28.

아마 내 블로그를 구경하는 사람들 중에도 정신과를 막연히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 처음 정신과에 가면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대학병원이나 규모가 다소 큰 병원이라면 얘기가 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집 근처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작은 개인병원 단위라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 가보았던 정신과는 이대역 근처의 "연세필정신건강의학과의원"이라는 곳이었다처음에는 불면증으로 인해 수면제를 처방받기 위해 갔던 곳이고, 이후에는 여기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고 3주마다 한 번씩 꾸준히 내원하며 약을 받아갔다.

 

이사하고 직장을 옮기면서는 이대역까지 병원에 가는 것이 번거로워 직장 근처의 병원을 새로 다니게 되었는데 강남역 7번 출구 근처의 연세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님이 두 분이 계시는데 주말에는 두 분께서 격주로 근무하시기 때문에 한 원장님으로부터 꾸준히 진료를 받게 된다면 주말 내원 또한 격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참고하도록 한다.

 

▲ 이대역 바로 코앞에 있는 연세필정신건강의학과의원

 


이대역 연세필정신과의 경우는 원장님 한 분께서진료하는 곳이고 따로 예약을 안 받기 때문에 다소 대기 시간이 길다. 특히 평일 오후 2~3시 사이에 대기가 좀 있는 편이다. 평일은 아침 930분에 열어 오후 6시에 문을 닫고, 토요일은 아침 930분에 열어 오후 1시에 문을 닫는데, 아침 930분에 딱 맞추어 가면 대기 없이 맨 처음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정신과라고 해서 뭔가 거창한 진료가 이루어질 것 같지만 가 보면 일반 내과와 진료 형태가 거의 비슷하다. 처음 가서 이런 저런 마음 상태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면, 진료실 밖에 있는 작은 방에서 무슨 기계 같은 것으로 나의 맥박?? 같은 걸 잰다. 잘은 모르지만 맥박 재는 것처럼 생겼다. 전선줄을 손목에 연결하고 발목에 연결하는 식이다. 기계가 측정을 마치고 뭔가를 분석하는 사이에, 이제는 다른 한쪽에 앉아 심리검사 설문지를 작성한다. 설문지 작성을 마치고 기계에서 분석을 완료하여 결과 보고서(?)를 뽑아내주면 이제 그것들을 가지고 다시 진료실 안으로 들어가 의사 선생님의 설명을 듣는다.

 

그 맥박 재는 것처럼 생긴 기계는 우리 심장박동??의 파형을 분석하여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비율?? 같은 걸 측정해준다. 잘은 모르지만 결과 보고서에 그런 내용들이 적혀져 있었다. 나의 경우에는 평소에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고 있고, 불안도 심하며, 우울증 상태가 만성화되어 있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거기에서 새롭게 알게 된 건데 우울증이라는 병은 스트레스의 지나친 누적으로 인해 신경계의 균형이 깨진 상태를 의미하는 거였다.

 

우울증 진단을 받고 나면 그 때부터는 약물 처방이 주가 된다. 자신한테 맞지 않는 약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초반에는 보통 1주에 한 번씩 내원하여 약 먹는 중의 상태를 체크 받고, 약의 종류와 용량을 변경해 간다. 몇 번의 조절 끝에 이 약을 이 정도 용량으로 계속 써도 괜찮다 싶으면 의사 선생님이 2주 혹은 3주 단위로 처방량을 늘려 주신다. 그러면 나는 그 때부터는 2주 혹은 3주에 한 번씩 병원에 내원해서, 처방전을 받아가면 되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들은 의사이지 심리상담을 업으로 하는 분들이 아니다. 그렇기 떄문에 뭔가 마음 깊숙한 곳에 있는 이야기를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는 식의 심리치료는 이뤄지지 않는다. 정말 딱 일반 내과 진료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증상을 이야기하면, 의사는 그 말을 듣고 필요한 약을 처방해준다, . 그래도 내가 다녔던 두 병원의 경우는 의사 선생님께서 최소 20~30분 정도의 시간을 두고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노력해주시긴 하셨지만, 크게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요즘은 마인드카페나 트로스트처럼 심리 상담을 전화로 진행해주는 앱들이 개발되어 있어서 상담센터를 따로 찾지 않고도 집에서 편하게 전화로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는데 (나도 지금 현재 앱을 통해서 심리 상담을 꾸준히 받고 있다.) 병원에서 채워주지 못하는 것들은 그런 서비스들을 활용하면 좋다.

 

그리고 혹시나 우울증으로 인해 직장에서 병가를 내고 싶다면, 우울증으로는 처음 한두 번의 진료만으로는 진단서가 나오지 않고 최소 한두 달은 꾸준히 치료 기록이 있어야 하며, 그렇다고 해도 최대 한 달밖에는 진단서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하자. (공무원 시절 우울증으로 병가를 좀 길게 내 보고 싶었는데 한 달밖에 진단서가 나오질 않아 30일만 병가를 쓰고 결국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던 전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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