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의 연애 #2. 우울증 환자가 헤어져야 했던 이유
내 블로그 유입자들의 검색 키워드를 보니 "우울증 환자와의 연애"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아,
나의 지난 날, 그리고 지금까지의 연애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풀어볼까 한다.
▶ "우울증 환자와 연애해도 괜찮을까요?", 우울증 환자의 연애 #1.
우울증 환자와 연애해도 되나요?
이건 정말 사람마다 케바케인 것 같다마는...... 만약 상대가 우울증이라는 사실이 나에게 뭔가 거슬리고, 맘에 걸리고, 그래서 이렇게 인터넷까지 뒤져봐야 할 정도라고 하면 그 상대는 그만큼 자신에게는 확신을 주지 못한 사람일 수 있다. 아니면 내가 그만큼 그 상대를 좋아하진 않는 것일 수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어떤 상황이 되었든 "인터넷에 상담을 구하게 만드는 사람"이라면 연애 상대로는 비추하는 편이다.
우울증 환자와 연애할 수 있다. 나도 우울증 치료를 받는 기간 동안 여러 남자를 만나봤으니까. 비록 그 연애들이 오래 가진 못했다곤 하지만.... 그렇지만 적어도 그 사람들은, 내가 우울증이라는 사실을 밝혔을 때, "그건 나에게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해주던 사람들이었다. 우울증이라고 하는데 어떡하지, 이 사람 만나도 될까, 고민하면서, 뒤에 가서 인터넷으로 "우울증 환자와 연애해도 될까요"를 물어보진 않았다는 것이다. 그 사람들 모두, 적어도 처음 연애를 갓 시작할 때만큼은, 어떻게든 나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했다. 지금 당신이 "우울증 환자와 연애해도 될까?"를 고민하고 있다면, 상대가 단순히 우울증 환자라서 연애를 시작하는 게 고민이 되는 것인지, 그 사람을 향한 나의 마음 혹은 나의 믿음이 그 정도까지 크진 않은 건 아닌지, 아니면 그 사람이 나에게 그만큼 믿음을 주는 사람은 아니라고 판단이 서진 않았는지 등등을 잘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앞선 글에서도 짧게 언급하긴 했지만, 우울증 환자가 아니어도, 정상인이라고 해도 연애라는 맥락 안에서는 당최 알 수 없는 또라이 미친 X들이 너무 많다. (......) 결국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를 봐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어쨌든, 우울증 환자와 연애하는 건 마냥 쉽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문제가 있을 수 있을까? 내가 과거에 만나고 헤어졌던 사람들이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들을 몇 가지 풀어보자면...
우울증 환자가 연애를 오래 못 하고 헤어진 이유
"너는 네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네 얘기를 잘 안 한다. 같이 있지만 외로운 느낌이 든다."
속내를 얘기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부정적인 얘기들만 나오게 될 것 같고, 굳이 남에게도 나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을 이야기를 입 밖에 내보이긴 싫어서... 나는 웬만해선 내 얘기를 잘 안 하고 산다. 어두운 기운을 남에게까지 전염시키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다 보니 상대 쪽에서는 진짜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며 같이 있지만 외롭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곤 했다. 이 문제로 다투는 일도 점차 잦아졌고, 그러다 결국 끝은 헤어짐....
"왜 너만 세상에서 제일 힘든 사람인 양 구느냐. 너만 힘드냐. 남들 다 힘들게 산다."
이건 내가 찼던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힘들다 보니 힘든 내색을 안 하려고 노력해도 눈에 빤히 보이게 되는데, 상대가 하루는 나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 이 말을 듣고, 나는 이 사람과는 더는 만날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 이별을 고하게 됐다.
우울증 환자라고 하면 일상이 무기력하고, 힘이 안 나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그걸 낫게 하려고 병원을 가고 매일같이 약을 먹으며 사는 건데... 나도 이렇게 매사에 힘이 안 나는 나 자신이 너무 싫고... 그래서 그걸 극복하기 위해 제 발로 병원을 가고 있는 것인데... 나는 이 사람을 배려해주기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해 일상에서 노력하고 살았지만 이런 말을 들으니 내가 더 이상 이 사람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매사를 힘들어하는 사람 곁에 있는 건 역시 쉬운 게 아니다... 그걸 견딜 자신이 없으면 연애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사랑하는 마음이 크다면 시작은 할 수 있다. 이 사람과의 연애도 처음 시작은 달콤했었으니까.
"너는 나만 만나면 항상 힘든 것 같아. 내가 널 힘들게 하니?"
우울증의 증상 중 가장 나에게 크리티컬했던 게 "무기력"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우울증이 나에게 가장 힘들었던 건 "체력적으로" 몸에 힘이 나지 않았다는 것. 조금만 걸어도 금방 숨을 몰아 쉬게 되고, 자리에 앉아있고 누워있으려만 하고, 사람들이 많은 곳을 돌아다니려 하면 금방 지쳐서 앉을 곳을 찾게 되고... 운동을 안 해서 그런 거 아냐? 라고 하기에, 나는 어떻게 해서든 우울증을 호전시켜 보고자 당시에 거금을 들여 꾸준히 헬스 개인 PT를 받고 있었고...... PT 선생님은 나처럼 운동을 독하게 하는 사람, 열심히 하는 사람, 짧은 시간 안에 체력이 금방 금방 붙는 사람을 처음 본다며 연신 늘 칭찬을 해주곤 했다. 내 경험상 운동으로 나오는 체력과 우울감이 나를 지배했을 때 몸이 축 처지는 건 다른 거였다. 운동을 꾸준히 함에도 불구하고, 우울감에 빠지면 금세 물 먹은 솜이불마냥 몸이 축축 처지곤 했는데, 그러다 보니 남자친구 딴에는, 이런 저런 데이트도 하고 싶고 여기 저기 놀러다니고 싶고 돌아다니고 싶은데..... 조금만 돌아다니면 병든 닭이 되어버리는 나의 모습에 그 사람도 점차 지쳐갈 수밖에 없었을 터.
내 경험으로는... 연애가 오히려 우울증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어쨌든 우울증이라는 것이, 스트레스가 만성화되어 신경계의 균형이 망가진 병을 이르는 것이고, 주변의 아주 사소한 자극이라도 모든 게 다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상황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신경을 쓰고 챙겨줘야 할 대상이 하나가 더 늘었다는 건 그 자체로 이미 스트레스였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울증 환자는 연애를 해선 안 된다, 라고 단언할 수는 없는 이유는, 애인 덕분에 우울증이 나아지는 경우도 분명 있었기 때문이다. 안 좋은 기억으로 헤어진 사람들도 있지만, 좋은 기억으로 남은 고마운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극심한 불면증과 우울증 증세로 인해 하루라도 식욕촉진제와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던 시기에 만난 지금 남자친구의 경우는......
수면제를 끊은지는 이제 갓 한 달이 넘었다. 식욕 촉진제를 먹지 않아도 밥을 잘 먹게 된 건 벌써 몇 달이 되었다. 약물에 의존하는 것을 멈춰보려고 조금씩 노력 중인데, 지금 남자친구가 정말 많은 도움이 되어주고 있다. 지금까지 만난 모든 연애를 통틀어 가장 길게 만나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니 결론은 사바사 케바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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