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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우울증 & 불면증

불면증 치료, 수면제 트리람정0.25mg 부작용?!

by iieut 2020. 2. 14.

회사를 옮기면서부터 곧바로 불면증이 시작됐다. 이유는 사장의 미친 듯한 갈굼. (정말 진심 산재든 뭐든 금전적 보상을 받고 싶은데 아무런 증거가 없어서 슬프다. 앞으로 직장생활을 할 때엔 필히 녹음 뜨는 걸 생활화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음)

아무튼 이 회사에 입사하자마자 불면증이 바로 시작되었는데, 이런 저런 수면제에 대한 과거의 안 좋은 기억 탓에 약을 먹고 싶진 않아서 버티고 버티고 버티다가, 두 달이 지나고 나니 정말 몸이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되어버려서, 결국 다시 정신과행. 잠을 못 자게 되니까 거식증마냥 밥도 못 먹게 됐다. 진짜 음식을 씹고 삼키는 것 자체가 힘들어졌다.

스틸녹스라면 무시무시한 부작용을 이미 한 차례 겪어봤기 때문에(▶내가 경험한 스틸녹스 부작용에 대한 글은 여기), 이번에는 "트리람정"이라는 약을 복용하고 있다. 용량은 0.25mg. 파란 색의 작은 타원형의 알약이다. 불면증의 단기 치료에 쓰이는 약이라고 하지만 나는 의사의 처방 하에 넉 달째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복용 중이다. 솔직히 나도 수면제를 이렇게 장기간 먹는 게 걱정스러워서, 다른 약으로 바꿔주든가 다른 처방을 좀 내려주셨으면 좋겠는데 의사 선생님이 당분간은 계속 먹어보자 하니 어쩔 수 없이 따르고 있다.

 


 

그래서 넉 달째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수면제를 복용한 결과, 아직은 "내성"까지는 잘 모르겠는데, 지금은 정말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단 1분도 들지 못할 정도로 약물 의존이 생겨버렸다. (진짜 예전에 약 다 떨어졌는데 바쁘다고 병원엘 미처 못 가서 약을 하루 못 먹은 적이 있었는데 진짜 1분도 잠을 못 자고 그대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어찌 저찌 겨우 잠을 자게 되더라도 1~2시간 만에 깨기가 일쑤다. 

 

그리고 이제는 점점 내성이 생겨가는 것 같기도 하다. 이게 내성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는데,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극도로 예민해져 있는 상태에선 약 한 봉지만로는 잠을 잘 들지 못할 때가 있다. 어제 같은 날이 꼭 그런 날이었다. 그럴 땐 의사 몰래 임의로 결국 두 봉지를 깐다... 잘못된 것인 줄 알지만 잠을 자야 다음 날 출근이 가능하기에 어쩔 수 없다. (모든 것은 망할 놈의 회사가 그 원인입니다.)

 



이 약을 먹으면서 경험했던 부작용은 정말 골때렸는데, 찾아보니 트리람정이 아닌 스틸녹스 등 다른 형태의 수면제로도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생각보다 꽤 흔한 부작용인 것 같은데 막상 당사자가 되고 보면 겁나 무서운 것, 바로 다름 아닌

기억을 잃는 것.

내가 밥을 못 먹는 증상이 같이 있었기 때문에 수면제와 신경안정제, 항우울제와 더불어 식욕촉진제를 같이 먹고 있는데, 그래서 밤에 자기 전에 한꺼번에 이 약을 털어넣고 나면, 자기 직전에, 배가 고파진다. (...) 뭐 거기까진 오케이, 그런데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내 자취방에 탕수육이 있는 것이다. 응? 내가 언제 탕수육을 배달시켜 먹었지?

기억을 열심히 더듬어보니 어제 자기 직전에 너무 허기가 져서 배달의민족을 실행시키고 탕수육을 주문했던 기억이, 아주 아주 어렴풋이나마 기억이 나는데, 근데 꼭 꿈 속의 기억 같은 느낌 말이다. 꼭 그런 느낌이었다.

그 외에, 남자친구한테 카톡을 보냈는데, 나는 분명히 자기 전에 "남자친구한테 이렇게 카톡을 보내면 좋아하겠지" 하고 생각까지 했는데, 생각까지 한 기억은 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진짜 그 카톡을 보내놨네? 난 보낸 기억이 없는데??

이러고 보니 약을 먹고 나서 잠에 들기까지 그 시간 동안 내가 뭔 짓을 어떻게 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한편으로는 내가 내 몸뚱아리 하나를 통제하지 못하는 인간이 되어가는 것 같아서 슬프기도 했다. 병원에다가도 말씀을 드렸는데, 취침 직전에 먹을 수면제와 저녁 시간에 먹을 약들을 구분해서 봉지에 담아주는 처방을 내려주신 것 말고는 별다른 게 없었다. 병원을 믿고 계속 이렇게 약을 먹어도 되는 건지 정말 모르겠다. 

 


 

아무튼 여러모로 수면제는 정말 좋지 않은 약인 것 같다. 천연 수면제니 아로마테라피니 양파망을 옆에 두고 자면 좋다느니 숙면에 도움될 만한 다른 방법들을 강구해봐야 할 텐데, 솔직히 지금까지는 너무 일이 바쁘고 일상에 여유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약물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직장생활이 뭐라고 내가 이렇게 내 몸 다 망가뜨려가면서까지 살아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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