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연애 & 사랑 & 사람

동거 후기?! 연애 약 130일째, 남자친구와 함께 사는 이야기

by iieut 2020. 2. 18.

- 지금 너에게는 인간의 3대 욕구인 식욕, 성욕, 수면욕 이 세 가지 중 어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기 때문에, 일단 첫 번째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구인 식욕부터 제대로 만들어 주겠다,

- 그리고 안정을 주는 사람의 체온을 느끼면서 잠을 자게 되면 잠도 잘 잘 수 있다……

- 아직까지 제대로 된 성욕을 느껴본 적 없는 너에게 새로운 쾌락을 보여주겠다(?)

 

등등의 이유에서 나는 연애를 시작한 지 한 달 정도도 채 되지 않아 남자친구와 동거 아닌 동거를 시작하게 되었다. 동거라기 보다는 남자친구도 자취생, 나도 자취생, 서로 자취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로의 집에서 밥을 같이 차려 먹고, 잠을 함께 자고, 아침에 같이 일어나 함께 출근하는 날들이 많아졌을 뿐인데, 어쩌다 보니 그래서 거의 뭐같이 사는 수준으로 붙어 있게 됐다. (무엇보다도 내가 수면제 부작용으로 기억을 잃는 일들이 잦아지면서, 수면제를 먹고 나서 나도 모르게 뭔 짓을 할지 모르니 옆에서 지켜봐 줄 보호자가 필요했던 게 가장 큰 이유이긴 했다. ▶내가 겪은 수면제 부작용?!)

 

아주 현실적으로 풀어 보는,

그래서 남자친구와 숙식을 함께 해결하면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

 


 

라면 하나도 이렇게 정성들여 끓여주는 남자친구... (자랑샷?)

 

 

동거의 단점?!

 

남자친구랑 붙어 살면서 가장 불편한 것.

 

난 남자친구 앞에서 아직까지는 방귀나 똥을 못 트겠다…… 그래서 몸이 너무 힘듦(?)

단지 화장실을 가기 위해 출근이 기다려지는 마법을 경험하게 된다.

 

남자친구는 자기 집이니까 방귀도 뀌고 똥도 하루에 몇 번을 싸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전혀 어려움 없이 편하게 산다. 그런데 나는 아무래도 내 집이 아니라는 불편함 & 그래도 남자친구 앞에서는 어여쁜 여자이고 싶은 마음(?) 탓인지 죽어도 맘 편히 화장실을 못 쓰겠고 가스 배출도 못 하겠다. 정말 미쳐버릴 것 같다. 예전에 KBS 안녕하세요라는 프로그램에서 결혼한 지 몇 년이 됐는데도 집에서 똥을 싸지 못하는 남편의 사연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땐 보면서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싶었지만 직접 겪어보니 지금은, 나 역시도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이제 100일도 채 안 된 콩닥콩닥 연애 초창기 때 한 지붕 아래에서 하루종일 붙어서 숙식을 함께하게 되면, 연애 초장기 때에만 느낄 수 있는 그 특유의 풋풋함은 영영 가지지 못할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싶다. 이제 100일이 조금 넘었지만 솔직히 한 1년은 족히 사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만큼 상대방이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은 있지만, 주말에 예쁘게 데이트하고그런 게 1도 없음. 진짜 가족 같은 느낌이 들고, 어쩌면 이제 갓 사랑을 시작한 서로에게 감추고 싶은 면모들도 있을 텐데 그런 게 다 오픈되고 나니 서로에게 가질 만한 환상이 없다.

 

물론, 기대한 바가 없다 보니 실망할 것도 없고 이 사람의 원래 진짜 모습이 어떤 건지를 그만큼 잘 알게 된다는 건 장점이 될 수도 있다. 내 나이는 이제 30, 사회생활도 좀 해 봤고 연애도 좀 해 본 나이. 상대방은 나보다 사회생활 경험이며 연애 경험이 훨씬 훨씬 많은 사람이라서 우리 둘 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게 되지만, 적어도 “20대 남녀가 서로 동거한다.”, 라고 하면, 진짜 결혼을 이미 약속했거나, 그만큼 오랜 기간 연애한 커플이 아니라면, 난 진짜 도시락 싸 들고 말릴 것 같기는 하다.

 

그리고 가끔은 그냥 가만히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게 안 되는 것도 이런 저런 스트레스. 그렇게 붙어 살았는데도 내 집 아닌 남의 집은 여전히 불편하다. (정말 부지런히 돈을 벌어서 결혼을 하게 되면 할 수 있는 한 서로의 공간이 분리될 수 있는 넓은 집을 갖고 싶다는 욕심을 가져봅니다.)

 


 

동거 후기들을 검색해 보면, 연애 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상대방의 생활습관이 서로 부딪쳐 다툼이 잦아진다는 사람들도 있고, 코 골고 더러운 모습을 보게 되면서 환상이 깨진다는 사람들도 있긴 한데, 나의 경우엔 (1) 일단 남자친구가 엄청 부지런하고, 나 역시도 집 떠나서 혼자 산 지가 벌써 10년이 넘어가고 있기 때문에 집안일 따위엔 서투르지가 않아서, 아직까지는 생활습관 때문에 다툰 적은 없고, (2) 코 고는 모습 따위에 환상이 깨지기엔 나도 이 사람도 연애경험 사회경험이 많아서 그런가 애초에 처음부터 그런 것으로 서로에게 환상을 가지지 않아서 실망할 것도 없었다.

 

크리스마스 기념 남자친구 집에서 함께한 파티(?), 지난 크리스마스는 우리 연애 73일째 되는 날이었다.

 


 

동거의 장점,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된다?

 

이건 다른 사람들은 다 얘기하는 건데 난 아직까진 잘 모르겠다. 사람이 옆에 있다고 해서,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 안겨 따뜻한 체온을 느낀다고 해서 숙면을 취할 수 있는 것 같진 않다. 가끔은 내 자취방에서 잘 때도 있는데 남자친구한테 안겨서 자나 혼자서 자나 이러나 저러나 난 잠을 잘 자지 못한다. (어쩔 수 없이 결국 약을 먹게 되는 불면증 환자. )

 

 

동거를 하게 되면 그만큼 섹스를 많이 하게 되나?

 

누군가 동거 경험이 있다고 하면 성생활이 문란할 것이다를 편견으로 갖는 사람들도 있는데, 솔직히 말해서, 굳이 동거를 하지 않아도 할 놈들은 다 하는 게 현실 아닌가? 대낮에도 서울 번화가 모텔촌이 들끓는 이유는?

 

피임에는 누구보다 철저한 사람이라서 철저하게 경구피임약 챙겨먹고 산부인과 가서 검진도 받아가며 성관계를 맺은 날은 달력에 꼬박꼬박 기록하고 있는데 일단 서로가 너무 직장생활 때문에 바쁘고, 내 체력이 그렇게까지 좋은 편이 아니어서, 일주일 내내 같이 붙어 사는 것치고 섹스를 그렇게 자주 하진 않는다. 한 달에 서너 번, 그러니까 평균을 내면 주에 1회 정도. 이 정도면 20대 시절 연애하던 때보다도 적게 하는 것 같기도…?

 

 

동거를 하게 되면 경제적으로 확실히 도움이 된다?

 

그건 확실히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일단 바깥을 나돌아다니지 않으니 돈 들어갈 일이 없고 밥도집에서 직접 해 먹게 되니 식비도 많이 아껴진다. 둘 다 자취를 하는데 돈을 얼른 모으고 싶다면 빨리 결혼을 해서 집을 합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솔직히 여건만 닿는다면 결혼을 하고 싶지...... 나이 서른이 넘도록 여태 돈 한 푼 모아놓지 않은 나 자신을 반성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