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매요리(?) 1탄 ▶자취 요리 | 고등어 통조림 김치찜
남자친구가 바지락 술찜을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요리를 원체 못하기도 하고... 딱히 하기 싫어하기도 하는 나이기 때문에, 나는 이래저래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은 취급하지 않는다. 나는 ONLY. 구체적인 계량 따위 필요 없는, 정말 그냥 대충 감으로 재료들을 때려넣기만 하면 얼추 먹을 만한 맛이 나오는 음식들만을 다루는 사람.
바지락 술찜도 그러한 음식 중 하나였다. 그래서 이번엔 남자친구가 옆에서 하는 걸 지켜보며 배워보기로 했다.
--재료--
바지락 (이왕이면 손질 다 돼서 그냥 물로 씻기만 하면 되는 바지락을 준비합니다. 왜? 귀찮으니까.)
다진 마늘 (적당히)
버터 (적당히)
소주 (한 병만 사도 됨. 한 병의 반 겨우 쓸까말까임)
페페론치노 혹은 청양고추
후추, 소금
취향에 따라 부추, 레몬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딱히 구체적인 계량 따위는 필요가 없습니다. 대충 넣어도 얼추 맛있는 맛이 나옵니다. (라고 생각하고 시작했으나 결론은...?)
1. 바지락을 준비한다. 쿠팡에서 산 1kg 양의 바지락인데 생각보다 1kg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딱 두 사람이 먹기에 적당한 양이라고 생각했음.
2. 바지락을 물에 깨끗이 씻는다. 바지락은 껍질에 흙이 묻어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하나하나 손으로 신경 써가면서 씻어주어야 한다. 엄지손가락으로 문질러가면서 씻어주는데 많은 양의 바지락을 다룬다면 지문이 닳거나 손이 다칠 수 있으므로(?) 이왕이면 고무장갑을 끼고 씻는 것을 추천. 우리는 먹을 양이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그냥 맨손으로 했다.
3. 남자친구는 부추를 넣어 먹으면 맛있을 것 같다 하여 부추도 준비했다. 이건 그냥 옵션이고, 있어도 되고 없어도 그만. 참고로 부추를 손질할 때엔 대야 같은 데에 물을 받아 놓고 부추를 그 안에서 흔들어서 부추 사이사이에 껴 있는 죽은 이파리(?)들을 없애주어야 한다. 아래 사진처럼 물 안에 넣고 부추를 셰킷셰킷해주면,
이렇게 죽은 이파리들이 걸러져서 나온다.
다 씻은 부추는 먹기 좋은 사이즈로 송송송 썰어서 준비해놓는다.
4. 이제는 팬을 준비할 차례. 팬을 달궈서 버터를 녹인다. 사진에 보이는 바와 같이 우리는 스테인리스 팬을 사용한다. 스테인리스 팬은 코팅팬에 비하면 유해물질도 안 나오고 또 설거지할 때 바득바득 시원하게 문질러서 씻을 수도 있고 볶음밥 눌러 붙은 걸 먹을 때에도 쇠숟가락으로 벅벅 긁어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무게가 존X 무겁고, 무게가 존X 무거우며, 무게가 존X 무겁다는 단점이 있다. 또 처음에 예열을 하지 않으면 온갖 음식들이 마구 눌러 붙는 대참사가 일어나기에 사용법을 충분히 손에 익혀야 하는 것도 단점이다. (근데 몇 번 쓰다보면 예열법은 그렇게까지 까다롭진 않음. 나 같은 요알못도 스테인리스 팬을 쓸 수 있는 걸 보면...) 아무튼,
충분히 달궈진 스테인리스 팬에 버터를 넣어서 녹인다. 우리는 버터를 좋아해서 버터를 양껏 넣어줬음.
5. 버터가 녹으면 다진마늘을 넣어준다. 우리는 마늘을 좋아해서 마늘도 엄청 많이 넣어 줌...
6. 우리는 매운 맛을 좋아하기 때문에 페페론치노도 거의 두 주먹(!)을 넣은 것 같다. 요리는 그냥 각자 취향껏 알아서 넣으면 됨. 정량 같은 거 없다 그냥 자기 입맛에 맞게 쓰면 된다...
7. 대충 마늘이 익어갈 때 바지락을 투하한다.
8. 바지락이 익어간다 싶을 때 소주를 넣는다. 이 때 제일 중요한 것!!!! 소주는 그냥 바지락의 잡내를 제거하기 위한 용도이기 때문에 반드시 소주가 살짝 잠길 정도로만 넣어준다. 다른 레시피들을 보면 대개 소주 1컵 + 물 1컵 이런 식으로 소주:물=1:1의 비율로 넣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응?
"술찜"이라고 해서 술만으로 바지락을 쪄내는 줄 알았던 우리 남친님은 여기에 소주 한 통을 다 부어버리고 말았다.
9. 바지락 술탕이 보글보글 끓어 올라 바지락이 입을 쩍쩍 벌리고 나면 부추를 살포시 얹어주고,
10. 마지막으로 후추를 뿌려주면 완성. 맛을 봐 보고 간이 싱겁다 하면 소금을 더 넣어도 되는데 우리의 경우는 바지락에 소금기가 있어서 굳이 소금을 더 넣어 줄 필요는 없었다.
소주 한 통을 다 부어 끓인 바지락 술찜 후기
"자 간 한 번 봐봐."
(한 숟갈 떠먹어봄)
!!!!!!!!
"어우 야 이거 소주맛 장난 아닌데?"
......
아무리 끓여도 끓여도 소주 맛이 없어지지 않은 바지락 술찜......
근데 더 졸일 수 없겠다 싶어 결국 소주 맛을 머금은 술찜을 그대로 상에 올려 놓고 먹음
근데 먹다 보니 알딸딸해짐
속도 쓰려옴... 머리도 아픔...
"나 취하는 것 같은데..."
나중에 다시 레시피를 찾아보니 소주는 그냥 잡내 제거용으로 살짝만 넣고, 물을 넣어 끓여야 하는 거였음
도저히 소주 맛나는 음식을 더는 못 먹겠다 싶어 뒤늦게 부랴부랴 물을 흠뻑 얹고 좀 더 끓였는데,
물을 넣고 좀 더 끓이니 고소하고 개운하고 맛있는!!! 정말 맛있는!!! 진짜 바지락 술찜이 만들어짐... 이건 진짜 맛있었음
정상적으로 제대로 만들어진 바지락 술찜은 끓이면서 알코올이 다 날아갔기 때문에 절대로 술맛이 느껴지지 않습니다.....ㅠㅠ
결론: 바지락 술찜은 바지락을 술에 쪄내는 음식이 아닙니다. 끗.
번외(?)
다 만들어진 술찜에 레몬즙을 첨가하면 새콤한 맛이 돌면서 뭔가 동남아 음식을 먹는 것 같은(?) 느낌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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