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충분히 준비가 안 된 것 같다며 계속 신청했다 취소했다, 신청했다 취소했다를 몇 번을 반복하다가 드디어 지난주 일요일, 생애 첫 오픽 시험을 치르게 됐다. 정말 아무런 공부를 하지 않고 쌩으로 치러서 나온 성적은 IH. 이렇게 IH가 세상 따기 쉬운 성적인 줄 알았으면 진작 시험을 볼걸 싶은 아쉬움이......
난생 처음 오픽 시험을 치르려는 당신에게.
일단 자신이 학창시절 영어 공부를 성실하게 해 왔고, 고등학교 때 수능이나 각종 모의고사 영어 2등급 이상의 성적을 무난하게 받아왔으며, 공부를 따로 하지 않고서도 최소 토익 7~800점대가 무난하게 나오는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면, 오픽에서 필요한 웬만한 어휘와 문법은 다 머릿속에 들어 있다 생각하고 마음을 편하게 가지는 게 좋다. 그 정도의 실력이면 그냥 마음 편히 아무런 준비 없이 시험을 봐도 IH는 무난하게 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그랬으니까...??
사람에 따라 스크립트를 준비해서 달달 외워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웬만큼 영어를 아예 못하지 않는 이상, 그러니까 최소 학창시절 영어를 성실하게 공부해 온 사람이라면 스크립트를 달달 암기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오픽은 전적으로 "말하기" 시험이고, 외운 답변을 기계적으로 읊는 것과 자연스럽게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은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바로 티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말을 생각해 봐도 그렇고, 어느 언어나 다 마찬가지라고 본다.
언어는 결국 자신감이다. 영어권 나라에 해외여행을 나가 보면 알게 되는데, 생각만큼 그렇게 완벽한 문장을 구사하지 않아도 의사소통에는 전혀 무리가 없다.
문제를 다 풀지 못해도 IH를 받을 수 있다?!
나의 경우는 처음 오픽을 치르는 것이다 보니 시간 조절에 실패해서... 그러니까 시간을 생각하며 말을 하지 않았어서 10번 문제까지밖에 못 풀고 마지막 4문제를 아예 듣지도 못했다. 그만큼 40분을 꽉 채워 말을 하긴 했지만... 아무튼 나는 4문제나 못 풀었는데도 IH가 나왔다. (AL은 잘 모르겠음... AL 받고 나서 후기를 다시...)
오픽 난이도 6-6, 문제가 많이 어렵나?
오픽은 처음에 자신이 직접 난이도 설정을 할 수 있다. 처음부터 나는 무조건 AL을 따겠다고 마음 먹었기 때문에, 어차피 공부 1도 안 하고 치르는 첫 시험, "경험이나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난이도를 가장 높은 걸로 선택했는데, 시험을 보는 당시에는 난이도 최상을 선택한 것치고 생각보다 문제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는 느낌이었다. 시험이 끝나고 나서 곰곰이 시험 내용을 머릿속으로 복기해보는데, 왜 그 문제들이 "난이도 6"의 문제들이었는지는 대충 알 수 있었다.
난이도 6-6을 선택했을 때 거의 대부분의 문제들이 "과거 경험"을 묻는 유형이었다. 오픽 문제 유형에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형태가 있는데
(1) Description - 묘사하기
(2) Habit - 현재형으로 답하는... 늘 하는 행동들(?)에 관한 문제
(3) Past experience - 과거 경험
(4) Comparison - 비교하기
나의 경우는 이 중 과거 경험을 묻는 문제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무엇에 대한 첫인상은? 무엇에 대한 첫 번째 경험은? ...... 과거 경험에 대한 문제가 왜 "어려운 문제"인 줄을 몰랐는데 직접 문제를 듣고 답을 해보다 보니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일단 과거 경험을 이야기하려면 "시제 표현"을 정확하게 쓸 줄 알아야 한다. 시제 표현에는 단순 과거, 진행형, 완료형, 대과거 등등 모든 게 다 포함된다. 게다가 사건의 전후 관계를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서는 접속사나 관계사를 적절하게 쓸 줄도 알아야 했다. 오픽은 다른 것 다 필요 없이 "내 의사를 상대방에게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느냐"를 평가하는 시험인 것 같은데, 과거 경험을 이야기하는데 문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상황 설명이 전부 다 꼬여버려서 절대로 내 의사를 상대방에게 명확히 전달할 수가 없겠더라......
그냥 우리가 학창시절 배웠던 영어 문법이란 문법은 다 털어내서 적용해야 하는 거였다. 어떻게 보면 여기에서 결국 얼마나 영어를 능숙하게 말할 수 있느냐가 판가름나는 것 같기도 했다.
내가 풀었던 문제들
1. 자기소개
1분을 채 넘기지 않았던 것 같다. 안녕, 만나서 반가워. 내 이름은 XX야. 난 현재 XX살이고, 영어 공부를 정말 좋아해. 내 영어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늘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 직업이 있었지만 그만두고 지금은 새 직장을 구하고 있는 중이야. 좋은 직장을 구하려면 이번 오픽 시험에서 성적을 잘 받아야 해. 그럼 부디 잘 부탁해. 땡큐~
<---첫 번째 SET: Work--->
2. 당신은 사전 설문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했어. 대개 사람들은 일을 할 때 어떤 것들을 하지?
3. 사람들은 대개 일을 할 때 "어디에서" 일을 하지? 너는 일을 어디서 하니? 사람들이 일을 하는 장소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겠니?
4. 너의 첫 직장에 대해 알려줘. 어디서 무슨 일을 했니? 등등.
<---두 번째 SET: 네가 살고 있는 집--->
5. 지금 네가 살고 있는 집에 대해 묘사해줘.
6.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첫인상은 어땠니? 처음 이 집을 보았을 때의 기억을 말해줘.
7. 지금 네가 살고 있는 집을 구할 때 어떤 것들을 했니? 자료 조사라든가 등등. 에이전시를 만났을 수도 있고. 어떻게 지금 이 집을 구했는지 설명해줄 수 있어?
<---세 번째 SET: 해외여행--->
8. 너 얼마 전에 해외여행 다녀왔다고 했어. 그 여행에 대해 얘기해줘.
9. 너의 첫 해외여행은 어땠니? 어딜 갔었니? 너의 해외여행 첫 경험에 대해 얘기해줘.
10. (롤플레이) 네가 여행을 가려고 하는데, 여행 계획에 앞서 여행 경험이 많은 너의 친구에게 조언을 구하려고 친구에게 물어 볼 질문 3~4개 정도를 말해봐.
11. (롤플레이) 네가 다음달에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소식을 듣기를 네가 가려던 곳이 이번에 큰 지진이 일어났대. 친구에게 이 상황을 설명하고 어떤 대안을 세울 수 있을지 얘기해봐.
(11번 문제 듣고 대답으로 문장 한 세 마디 정도를 말했을 때 40분이 다 끝나서 12번~15번의 문제는 듣지 못함...)
공부 꿀팁
유튜브 오픽노잼 https://www.youtube.com/channel/UCw4izi2fsJzFltt3EbmokWA
하루 날 잡고 오픽노잼 선생님의 영상만 정주행해도 오픽 시험이 어떤 시험인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등등 많은 걸 배울 수 있다. 특히 시험에 앞서 어떤 마음가짐(?)을 갖추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만큼은 확실하게 얻어갈 수 있음. 그리고 영어 말하기가 생각보다 그렇게 별것 아니라는 자신감(?)도 얻을 수 있다. 오픽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은 보기를 추천한다.
스크립트를 달달 외우는 것은 비추이지만,
사전 설문에 기록한 내용에 맞춰 어떤 이야기를 펼쳐 보일 것인지, 이야깃거리를 생각하고 정리하는 것은 추천
오픽은 철저히 자신의 사전 설문에 기반하여 문제가 출제되는 방식이다. 물론 돌발질문들도 나오기는 한다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문항은 자신이 직접 설문에 체크한 내용들과 관련되어 있다. 각 주제들에 맞추어 가장 인상적인 기억, 가장 좋았던 점 등을 머릿속에 떠올려 보고, 필요하다면 한 번씩 스크립트를 직접 써 보는 것... 정도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외울 필요는 없다. 다만 이 내용을 말하기 위해 어떤 단어와 어떤 문법이 필요할 것인가를 점검해보는 차원에서...??
사전 설문을 전략적으로?
글쎄... 자신에게 가장 친숙하고 익숙한 내용들을 솔직하게 답하는 게 전략이라고 생각.
사전 설문을 어떻게 어떻게 하면 보다 쉽게 공부할 수 있다느니 하는 팁들이 많지만, 자신이 가장 쉽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는 결국 자신에게 가장 친숙하고 익숙한 주제들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 사전 설문을 어떻게 할 것인가 나도 고민을 안 해본 건 아니지만, 결국 아무런 준비 없이 시험장에 가서 그냥 솔직하게 설문에 답했고, 아마 그래서 나도 막 신나서 40분을 꽉 채워 대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꼼수를 찾기보다는 그냥 다 내려놓고 솔직해지는 것(?). 그게 곧 전략이지 않을까 싶은 느낌.
(그럼 다음에 AL 받고 후기를 다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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