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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그냥 사는 이야기

자취 요리 | 고등어 통조림 김치찜

by iieut 2020. 2. 25.

나는 요리를 정말 못한다. 

 

내가 스물여섯 살 때부터 자취를 시작했고 지금 나이가 서른 하나이니 벌써 자취를 시작한 지도 5년이 다 되어가는데,

정말 요리를 못한다.

 

솔직히 말하면 설거지 하는 게 귀찮아서 뭘 잘 못 해먹겠다.

 

그리고 나는 어차피 모든 음식이 위장에 들어가면 똥으로 나올 것인데 왜 굳이 맛있는 음식을 찾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음식을 먹는 데 맛을 별로 따지지 않는다.

 

못 먹는 것만 아니면, 예컨대 나는 해산물을 못 먹는데(먹으면 토함)

그런 것만 아니면 "오늘도 배 굶지 않음에 하느님께 감사한" 마음으로 어떤 음식이든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요리를 잘 못한다.

 

보면 요리도 "맛있음"을 잘 느끼는 사람들이 잘 하는 것 같다.

난 그게 안 돼서 그런가 요리에 소질이 없다. 

 

 

 

그런 내가 몇 가지 정말 자신있게 할 수 있는 요리가 몇 있다. 

제육볶음, 계란볶음밥, 된장찌개, 계란후라이... 

 

이번 고등어 통조림 김치찜의 경우는 얼마 전 남자친구한테 배운 건데

생각보다 엄청 간단하면서도 맛있어서 이번에 한번 시도해봤다. 

 


 

[재료]

고등어 통조림 1개

(냄비 바닥에 깔 수 있을 정도)

잘 익은 김치(고등어 통조림 양이랑 대충 엇비슷하게 있으면 됨)

대파(좋아하는 만큼 준비함)

양파(좋아하는 만큼 준비함. 근데 난 양파를 정말 좋아해서 꼭 넣고 싶었는데 깜빡하고 안 넣음)

다진마늘 1스푼, 고춧가루 1스푼, 된장 1스푼, 설탕 1스푼 (모든 기준은 어른용 밥 숟가락)

 

구체적인 계량 따위 필요가 없다. 

 

 

1. 고등어 통조림을 준비한다. 편의점에서도 판다. 내가 쓴 제품은 동원 자연산 고등어. 동원에선 참치 통조림만 파는 줄 알았는데 고등어 통조림도 판다. 실은 고등어 통조림이라는 걸 태어나서 처음 봤다. (...) 

 


 

2. 준비한 재료들을 손질한다. 무는 냄비 바닥에 깔 거니까 나박나박... (칼질이 서툴러 모양새가 제멋대로이지만 위장에 들어가면 어차피 다 똑같아질 것이므로 무의 모양 따위는 신경쓰지 않기로 한다.) 

 

대파는 송송송 써는 사람들도 있고 어슷썰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의 경우는 이런 식으로 네모지게 길쭉하게 자르는 게 습관이 되어 있다. 그냥 그렇게 버릇이 드니까 계속 그렇게 썰게 된다. 

 

대파든 양파든 파 종류는 썰다 보면 미끌거리는 진액이 묻어나오기 때문에 특히 칼질에 조심해야 한다. 나도 대파 썰다 결국 피를 봤는데 (뜨흡 ㅠㅠ) 아무튼 파 종류는 칼질에 정말 정말 특히 조심해야 한다. 

 


 

3. 무를 냄비 바닥에 깐다. (다시 봐도 무의 모양이 참 제멋대로이지만 그런 건 신경쓰지 않기로 한다.)

 


 

 

4. 무 위에 잘 익은 김치를 도톰하게 깐다. 저 김치는 "태백고원김치"라고, 엄마가 맛있다고 사 본 김치라는데 저번에 고향 내려갔을 때 한 포기만 싸달라고 해서 자취방으로 가져왔다. 김치는 가격이 꽤 비싸고, 혼자 살면서 대용량으로 구매하게 되면 얼마 가지 않아 엄청나게 푹 익은 신 김치가 되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집에 갈 때 한번씩 한 포기씩 싸 오는 것을 추천한다. 다만, 버스나 기차에 김치를 들고 타면 김치 냄새가 정말 고약하기 때문에 포장에 특별히 신경을 쓰도록 한다. 

 

김치찌개든 김치찜이든 김칫국이든 김치가 들어가는 모든 음식은, 솔직히 김치만 맛있으면 따로 양념 굳이 안 해도 다 맛있다. 

 


 

5. 된장 한 숟가락을 넣는다.

 


 

6. 다진마늘과 고춧가루도 한 숟가락씩 넣는다.

 


 

7. 마지막으로 설탕도 한 숟가락을 넣는다.

 


8. 그리고 대망의 고등어 통조림을!! 까서!!! 그 위에 살포시 얹....

 

응? 음식물 쓰레기 같은 이 비주얼은 무엇...?

 

비주얼에 급 당황하여 사진을 찍는 것을 깜빡했는데, 고등어 통조림의 경우는 고등어 고기 말고도 안에 들어있는 물까지 다 같이 냄비에 부어주고, 그리고 빈 고등어 통조림캔에 물(생수. 어차피 끓일 거 수돗물도 가능.)을 가득 담아서 냄비에 다시 부어준다.... 라고 배웠는데, 냄비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용량이 작아서 물을 그만큼 넣을 수가 없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짠 맛의 김치찜이 될 예정.

 

 

 

끓고 있는 김치찜 (여전히 음식물 쓰레기 같은 비주얼이지만 중간에 간을 봐 보니 맛은 괜찮았다.)

 


 

무가 푹 익어야 입 안에서 사르르 녹으며 달큰달큰 달짝지근한 맛을 내줄 것이기 때문에 무가 충분히 익을 때까지 약불로 오래 뭉근하게 끓인다. (솔직히 웬만한 국 요리는 내 경험상 오래 끓이면 끓일수록 맛있긴 하다)

 


 

대충 다 끓은 것 같으면 위에 대파를 얹어서 마무리하면 끝. 

(대파를 올리니 대충 그럴 듯하게 음식이 제법 예쁘게 된 것 같음)

 


맛은 그냥 고등어 통조림(참치 통조림이랑 맛이 비슷함) 더하기 김치찌개의 맛...

별것 아니어 보이지만 생각보다 꽤 맛있다.

그리고 막 엄청 신경 써서 재료를 계량하거나 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대충 막 넣고 끓여도 얼추 먹을 만한 맛이 나온다. 

 

 

고등어 통조림 김치찜 끗.

 

결론: 음식을 할 때에는 무조건 칼질을 조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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