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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여행

파리 20구 치안 | 파리 여행, 20구 숙소 경험담

by iieut 2020. 5. 20.

제목: 파리 여행기, 파리 20구 숙소 경험담

부제: 준비 1도 안 하고 여행 갔다가 충격과 실망을 안고 이틀 만에 파리를 탈주한 파리 여행 실패자(?)의 경험담 #2

 

 

 

 

파리 숙소, 어디에 잡아야 할까? 파리의 치안


파리는 총 20개의 구획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프랑스어로는 아홍디스멍이라고 하는 것 같네요…… 이 중에서 보통 18, 19, 20구는 파리에서 가장 치안이 좋지 않기로 유명한 지역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걸 몰랐습니다. 단지 가격이 저렴하고, 지하철 역 근처이고, 밥이 푸짐하게 나오는 한인민박이고, 후기들도 너무 좋아서 택한 한인민박이었는데…… 파리 여행을 계획하기 전 나무위키 딱 한 번만 찾아 읽어봤어도 이런 실수를 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ㅠㅠ

 


 

20구 갈리에니 역 부근은 낮에는 정말 평화롭습니다. 솔직히 대낮에는 파리 중심부보다도 훨씬 깨끗하고 깔끔하고 조용합니다. 하지만 유럽은 낮과 밤이 확연히 다른 곳이라고들 하죠... 

 

밤이 되면 이 동네에선 구석진 곳에서 까만 봉다리와 현금 뭉치들을 교환하는 사람들이 쉽게 보입니다. 대마초를 거래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굳이 그런 모습을 직접 보지 않아도, 동네 천지에 대마초 냄새가 깔립니다.

 

처음엔 이게 대마초 냄새인 줄 몰랐습니다. 밤 시간에 파리에 도착해서 지하철 갈리에니 역에서 나왔는데…… 뭔가어떻게 보면 풀내음 같고 향긋한 것 같지만 역하고 토할 것 같은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겁니다. 숙소에 도착했는데 숙소 이불이나 수건에서도 그 냄새가 나길래, 이 냄새는 파리 특유의 향인가 싶은 생각을 했습니다.

 

다음날 파리 중심부를 도는데, 중심부에서는 또 그 냄새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골목을 걷다 보면 때때로 한 번씩 그 냄새가 코를 타격하는 때가 있었습니다. 뒤늦게 알고 보니 그 냄새의 정체가 대마초였던 겁니다. 대마초 냄새는 정말 지독해서, 실제로 섬유에도 잘 배어든다고 하네요. 연예인 누군가가 대마초 흡연 혐의가 발각되었을 때 담배인 줄 알고 피웠다.”라는 말을 했는데, 실제로 대마초 냄새를 맡아보니 이건 담배 냄새랑은 아예 다릅니다. 한때 흡연을 했던 사람으로서 얘기하는 건데 대마초와 담배는 그 냄새가 너무 다르기 때문에 절대 헷갈릴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솔직히 다른 건 다 모르겠는데 저는 20구 숙소에서 가장 힘들었던 게 바로 이 대마초 냄새였습니다. 밤에 편히 다리 쭉 뻗고 자야 하는데 밤이 되면 그 냄새가 나기 시작하고, 새벽 깊은 시간이 되면 될수록 그 향이 강해졌지요. 그 냄새가 대마초 냄새인 걸 몰랐던 첫째 날이었지만, 그 날은 잠을 한 숨도 제대로 자지 못했습니다. 정말 역했거든요.

 

그리고 이 냄새의 정체가 대마초였다는 걸 알고 난 뒤로는 무서워서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민박집에 남자들이라도 우글우글 있으면 조금 안심이 되었을 텐데, 하필 제가 묵는 때엔 그 민박집에 딱 져밖에 없었던 때였거든요. 담장이 높기는 하지만 맘만 먹으면 담장을 넘어올 수도 있을 것 같고, 뽕에 취한 사람들은 제정신이 아니니 뭔 짓을 벌일지 모르고…… 시골의 제 고향집 동네도 그렇게 썩 치안이 좋은 동네는 아니어서 어릴 때부터 무서울 때가 종종 있었지만, 그 공포는 정말 한국에서 느껴 본 공포와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질서가 없는 동네, 무엇도 믿을 수 없는 동네에서 내 몸을 뉜다는 게 이런 느낌인 줄은 몰랐습니다. 진심 한국이 얼마나 대단한 나라인지도 몸소 깨달았습니다. 한국 정부와 한국 사회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어찌 됐든 최소 치안에 있어서 만큼은, 한국 정도의 치안 수준을 유지한다는 건 정말 정말 대단한 거였습니다. ㅠㅠ

 

안 그래도 첫 날에 소매치기를 거하게 당해서 그런지(▶파리 루브르박물관 앞에서 소매치기 당한 썰), 파리에서는 정말 단 1초도 마음을 편히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숙소마저도 이 모양이니…… (솔직히 치안만 빼면 제가 묵었던 민박집은 정말 정말 훌륭했습니다. 이렇게 깨끗하고 청결한 민박집도 처음이었고, 밥도 아침 저녁을 푸짐하게 주셨으니까요. 민박 여러 곳을 경험해 봤지만 제가 경험한 곳들 중에 민박집 자체의 퀄리티만 놓고 보면 거기가 최고였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안전을 중시하고, 저처럼 다소 겁이 많은 편에 속한다고 하시면, 웬만해선 파리 20구에 숙소를 잡는 일은 피하셨으면 합니다. 20구가 파리 외곽 지역이고 집값이 다소 저렴한 동네라서, 이 지역에 가격이 저렴한 한인민박이 꽤 많이 있습니다. 겁이 좀 덜하고, 나는 잠은 그냥 아무데서나 대충 자도 돼, 하시는 분들이라면 모르겠지만요...

 

제가 지금까지 가 본 유럽은 런던, 파리, 프랑크푸르트, 베를린이 전부였지만 파리는 지금껏 정말 그 어떤 도시보다도마치 “1700~1800년대유럽의 모습을 가장 두드러지게 보여주는 도시였습니다. 영화 레미제라블 안에 내가 들어 와 있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 다소 지저분하긴 하지만 정돈되지 않은 도시의 경관은 그 나름대로 정말, 마치 환상 속을 걷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파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맛에 파리를 좋아하는구나, 싶기는 했습니다만……

 

여러가지로 충격을 받고 나니 그 어느 것에도 집중이 안 되더군요. 그 어떤 예술 작품을 봐도 머릿속에는 잃어버린 100유로”, “소매치기 조심”, “마약상 들끓는 밤길 조심이것밖엔 들어차 있질 않으니…… 결국 이틀 만에 저는, 바로 다음날에 이륙하는 베를린행 이지젯 항공권을 끊어버렸습니다. 원래 파리에서 7박을 묵을 계획이었으나 숨도 못 쉴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11초 온 몸이 긴장에 떨고 있으니 여기서 7박을 강행했다가는 몸이 앓아 누울 것 같아 결국 파리 여행을 접고 베를린으로 날아왔습니다.

 

뭐, 베를린이라고 치안이 엄청 좋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여기에도 똑같은 수법으로, 서명을 요구하며 가방을 털어가는 소위 사인단들이 존재하고, 자전거 타고 가다가 휴대폰 휙 낚아채 가는 소매치기범들이 많다고 합니다만, 그래도 최소 치안만큼은 그래도 파리보다는 낫다싶었습니다. 실은 유럽에선 런던이 치안은 정말 좋습니다. (한국만큼은 덜하지만요......솔직히 치안은 한국만큼 좋은 곳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저는 막연히 그냥 "파리는 멋있을 거야" 이 환상 하나만 가지고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준비도 없이 무작정 여행 왔다가 결국 안 좋은 기억들만 가지고 파리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부디 이 글을 보고 계시는 다른 분들은 이왕이면 준비를 철저히 하셔서, 좋은 기억들 많이 많이 담고 오셨으면 좋겠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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